독서기록/[감상후기]

살아간다는 것 - 2024 독서클럽 보고서

그러게,,,, 2024. 11. 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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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항상 누군가에게 억압받으며 살아간다. 가족, 친적, 나라에 의해 권리를 빼앗기고 심지어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누군가는 이 억압에 꺾어나가지만 또 혹자는 굳게 버티며 삶을 계속 이어나간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살아남은 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그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는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나라에 의하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술한 '소년이 온다'와 가족이라는 정상성의 틀에 얽매여 자신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식주의자',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이야기를 뇌과학과 관련하여 다룬 '죽음의 수용소에서' 3가지 책을 서로 비교하며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독서클럽을 진행하며 읽은 책 중 한 권에 따르면 우리의 심리 기작은 너무나 얄팍하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시간이 지난 후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도, 정당화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 역시 무의식에 남은 하나의 사건을 씨앗으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더 이상의 육식도, 살생을 통해 만들어진 그 무엇도 사용하고 싶지 않아 하는 영혜는 채식을 고집하고 이로 병동에 입원하기도 하며 마지막엔 식물이 되기 위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음이 뭐가 나쁘냐고 말한다.

 

 영혜의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갈수록 과격하게 자신을 몰아세우는 방향이나, 동시에 영혜는 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혜와 가족은 육식을 하고, 직접 동물을 잡고, 전쟁에 참정한 폭력의 가해자이다.영혜는 폭력에 불응하는 자신의 행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폭력을 반대했지만, 영혜의 목소리는 억압당하고 꺾였다. 주위 사람들의 태도는 바뀌었으며 자신이 신념을 가지기 이전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자아와 영혼을 지키는 것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가치관을 지키는 것을 제시했다영혜는 자신의 영혼을 지키고자 부모와 연을 끊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주위는 많은 간접적 포식자가 있고 영혜는 이를 지켜보아야만 한다.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서 영혜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에서 희망과 사랑, 인간성을 가지고 찾아내어 살아남았다. 영혜는 자신을 지지해 줄 가지를 가지지 못했다. 두 작품의 인물은 모두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럼에도 둘의 운명이 상반된 것은 둘의 사회가 매우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희망의 유무라는 생각이 든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선 두 집단이 나온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그들을 탄압하고 죽이는 군인들이 있다. KBS 다큐광주총국 특집 다큐-나는 계엄군이었다에서 과거 계엄군이었던 남성은 5.18 진압을 위해 몇 달간 세뇌를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에 따르면, 군중심리란 바로 집단적 동조현상이다. 즉 군중들이 지배적 의견에 따라 행동하고 개인의 이성이나 판단은 무시하는 것이다. 그 결과 군중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나치즘과 파시즘 세력이 대표적인 예시다. 잘못된 사익 추구를 위해 군중 심리를 이용할 경우,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같이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끔찍한 사건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주장을 선동하는 세력들의 숨은 의도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를 알지 못하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사실로 기술된 역사를 배우면 쉽게 선동되지 않을 것이기에 과거를 알고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는 어떻게 사람들을 선동했으며 그를 따랐던 많은 독일 시민들은 왜 비윤리적인 일을 묵인하고, 심지어는 동조했을까? 그 해답은 권력자의 이데올로기 형성에 있을 것이다. 히틀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유대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결국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렇다면 민족말살정책 아래 많은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죽어나가는 것을 알면서 히틀러를 받아들인 국민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당시의 독일의 절망적인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론 명확한 가치관이 없어서다. 그저 본능대로 행동해서이다. 본능적으로 사람은 편한 건 하고 싶어 하고, 힘든 건 하기 싫어한다. 인간의 뇌가 생존을 위해 발달해왔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는 것, 즉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용서하기보다 미워하고,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면서도 그저 생각 없이 따라간다.

 

 그 당시 사람들과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들에게는 사회적인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개인이 모여서 이루어진 사회를 안다는 건 개인, 자기 자신을 앎으로써 시작된다. 결국 나의 존재에 대해, 삶의 가치에 대해, 나의 가치관을 무엇으로 삼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에이, 답도 없는 거 뭐 한다고 소용 있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고민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그러기 위해선 사람의 뇌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뉴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신경세포들은 밀착되어 흥분 신호를 전달한다. 그중 생각을 담당하는 신경망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자주 생각한 것에 관한 중복 회로를 형성시킨다. 예를 들어 정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을 고민하면 결국 풀린다문제를 수없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복잡하고 섬세한 수학과 관련한 회로들이 결국 창의성이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생각한 대로 신경망이 형성되고 생각한 만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정의롭게 형성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면 점점 정의에 가까워질 것이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삶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배워야 한다.

 

 죽음의 수용소를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인공의 행동이 있었다. 수용소에 갇혀 지내면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지내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마치 옆에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가 있는 것처럼 머릿속으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실제로 주인공은 그 행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갔다.

 

 먼저 주인공이 머릿속에서 아내와대화를 한 걸 살펴보자. 먼저 대화를 하며 상대방이 본인의 말을 듣는 행위로 말하는 이는 존중감을 느낀다. 때문에 주인공은 머릿속에서 자신이 하는 말을 아내가 듣고 있다는 생각으로 존중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용소 내에서는 존중은 커녕 인권은 절대 지켜지지 않는 곳이며 오히려 무시만 당하는 고된 삶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내와 대화를 통해존중을 스스로 느끼며 버텼을 것이다.

 

 이는 하나의 Self talk, 자기 대화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기제이다. 함영준 대표에 따르면 청소년 테니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자기 대화를 한 선수들의 성과가 좋게 나타났다. 대뇌학자들에 따르면 뇌는 언어의 지배를 받으며 말은 각인력이 있어 어떤 말을 암송하거나 자기 독백을 함으로써 그 말과 사상이 대뇌에 입력돼 영향을 미친다. 즉 주인공은 대화하는 이를 아내로 정해두고 자기대화를 통해 그곳에서는 얻지 못하는 존중감과 뇌의 영향으로 수용소를 버텨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러한 행동조차 정말 비극에 상황에서 발생하는 최후의 수단인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서 본인도 모르게 뇌에서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아내라는 인물을 떠올려 이야기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억압에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가치관을 지키기, 객관적인 사실로 기술된 역사를 배워 쉽게 선동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기, 본능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사고로 정의로운 가치관 형성하기, 긍정적인 자기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 가지기 등이 있다.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고 올바르게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녹록지 않은 삶에서 자신을 지키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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